갑자기 옛날에 썼던 컴퓨터들이 생각나 글을 쓰고 싶어 졌다. 한꺼번에 쭉 써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시간날 때 조금씩 써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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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를 처음 접했던 때를 거슬러 가보면 중학교 시절(1984년쯤이었을 듯)로 넘어간다. 삼성에서 만들고 8비트 Z80이 CPU였던 SPC1000이 내게는 처음 접하는 컴퓨터였다.
그 당시에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컴퓨터였지만 왠만한 집에서는 쉽게 사기 힘든 굉장히 비싼 물건이었었다. 당시에 경쟁하던 제품들은 Apple이나 MSX 정도 였다. 물론 우리 집에도 이런 기기들을 들일 형편이 되질 못했고 잡지 등을 통해 사진만 구경하다가 같은 반 친구중 컴퓨터 도사가 한 명 있어서 접할 기회가 생겼다.
그 친구 집에는 물론 그 물건이 있었지만 가서 써 본 적은 거의 없었고 주로 이용했던 곳은 삼성전자에서 시내에 만들어 놓은 체험장(홍보관?)이었다. 선착순 입장인지라 제한된 자리에 빨리 앉으려면 아침에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했다. 가서 해 본 거라고는 잡지에 수록된 BASIC 언어를 입력하여 게임을 즐기거나 카세트 테잎(SPC1000의 외부저장장치)에 기록된 게임을 로드하여 즐기는 수준이었다. 그 당시엔 그거만 해도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던지...
당시 통계학과 대학생이었던 우리 형의 BASIC 언어 책을 열심히 들여다 보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들여다 본다고 써 먹을 데가 없었을 뿐더러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컴퓨터에 관련된 책을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이 느껴지곤 했었다. 그 한 해가 지나고 나서는 대학교 들어 가기 전까지 컴퓨터를 구경하지 못했다.
그런데 대학교를 입학(1989년)하고 나니 컴퓨터 실습 강의가 기본 과정에 들어 있었다. 어찌나 컴퓨터가 반갑던지... 그 이전에는 별로 안 썼지만 PC라는 단어가 이 때부터 익숙해 지기 시작했었다. 바로 IBM PC XT라는 이름의 제법 향상된 제품이었지만 16비트 8088의 성능은 뭔가를 보여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플로피 디스크라는 다소 고가라고 알고 있었던 장비가 기본 장착되어 있다는 정도. 메모리는 256KB였을 것이다. 플로피가 최대 1.2MB였으니 그 당시에는 적정한 사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물을 만난 고기처럼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기숙사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별 일이 없으면 전산실에서 살곤 했다. 2~3시간 정도의 그 시간이 얼마나 짧게 느껴졌던지... 실습 시간에 복사해 준 DOS 2.11(정확한 버전이?)을 공부해 보기도 하고 친구에게 얻은 3.3을 돌려 보기도 하고... 결국 답답해서 학교앞 서점에서 DOS 책을 사서 열심히 읽기도 했었다. 나중에는 버전 5.0까지 써 봤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한글 윈도우 3.1이 나온 뒤로 순수하게 DOS만 쓰는 것은 5.0이 마지막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당시 유명했던 소프트웨어들도 많았었다. PC툴즈, 노턴유틸리티, 아래아 한글 등등. 지금도 애용되는 일부 프로그램들의 극히 초창기 버전과 함께 한 셈이다. 아래아 한글로 레포트 작성하고 도트 프린터로 인쇄하면 어찌나 신기하고 즐거웠던지. ^^ 전산실에서 심심하면 플로피 디스켓을 조각모음(그 당시에는 노턴유틸리티에 그런 기능이 있었다)을 걸어 놓고는 그걸 재밌다고 지켜 보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는 일이겠지만. ㅋㅋ
2학기가 되어서는 학과 내에 스터디가 생겼었다. 88학번 선배들이 주축이 되고 89학번 동기들이 몇 명 참여하여 컴퓨터에 대해 공부해 보자는 것이었다. PC 다루는 것을 주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구조와 회로 디자인, 펌웨어 프로그래밍이 주제였다. 이런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기본과도 같았던 Z80의 공부를 시작하였고 차차 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늘어갔다. 그 때 그 모임이 없었다면 내가 PC를 바라 보는 시각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그 모임에서 겨울방학에 작품을 만들기로 하였고 험난한 자취 생활이 시작되었었다. 연탄갈기도 귀찮고 허름한 이불에 아침에 일어 나면 천정에 서려 있는 서리까지... 돌아 가면서 밥을 해 가며 좁은 자취방에 옹기종기 생활했던 그 당시가 추억으로 남는다. 전시회 전 날까지 날을 새면서 작업을 했고 급하게 펌웨어 코드를 완성시켜 아침에 전달했던 긴박한 순간들도 있었다. 세운상가를 들락거리며 부품을 사왔던 것도 다 즐거움이었으리라.
이 후에도 포트란, 파스칼, C언어 등등을 배우며 점차 PC를 이용하는 방법을 넓혀 나갔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가 PC에 대해 가장 순수하게 빠져 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계속>
[200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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