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 IT

매킨토시의 굴욕

드라이빙필 2008. 7. 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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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이맥에 OS를 설치하러 다녀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매킨토시란 컴퓨터가 예전의 매킨토시인가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93년도 즈음 처음 접했던 매킨토시. 정확한 모델은 기억이 안나지만 파워맥이 나오기 전 화면도 흑백이고 크기도 아담한 소형 맥이었다. 괜히 이 것 저 것 눌러 보고 별 감흥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신기한 컴퓨터로만 기억되었다. 그 후로 회사에 입사해 보니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굴러 다니던 파워맥 한 대를 내 책생에 가져다 놓고는 이리 저리 만져 봤던 기억이 전부였다.

그리고 언제인가 퇴사했던 동료가 근무하던 다른 회사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회사는 디자인 회사여서 매킨토시를 여러 대 사용중이었고 그 중 한 대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나한테 점검을 요청하였다. 나는 매킨토시에는 초짜였던지라 잘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으나 컴맹들만 모여 있던 그 들에게는 PC를 잘 다루는 내가 구원의 손길 쯤으로 보였었나 보다. ^^

하여간 별 생각 없이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다 보니 당시 PC의 주류 OS였던 Windows 98에 비해 확실히 편리한 점들이 많았다.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바로 디바이스 드라이버 설치였는데 아시다시피 Win98에 드라이버 하나 까는 것은 설치 과정도 그렇고 리부팅을 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조금은 번거로운 일이다. 그런데 매킨토시에서는 드라이버 폴더에 해당 드라이버 파일을 복사해 넣으면 끝이었다. 와우~! 내 직업이 프린터 드라이버 개발자였는지라 그게 뇌리에 각인이 되었었다. 맥! 너 끝내주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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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선 맥을 접할 기회가 없다가 지난 주말에 아미맥을 만져 보게 되었고 Mac OS와 Windows Vista를 설치한 후의 느낌은 '이젠 과거의 매킨토시가 아니구나'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아니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몇 년 전까지 맥은 그 도도한 자태와 전용의 Mac OS만으로도 맥 유저들에게는 자부심 그 자체였을 것이며 Windows가 아류작이라는 자존심 그리고 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여러 어플리케이션들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맥 하드웨어로 Windows를 쓰는 상황이다. 그 것도 사용자들이 해킹 또는 편법을 동원한 비공식적인 방법이 아니라 친절한 애플씨가 제공하는 부트 캠프로 인해 아주 편리하게 Windows를 함께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맥에 Windows를 깐다는 사실 자체부터 조금은 자존심 구기는 일일지도 모르는데 부트 캠프를 이용해 Windows를 깔고 나면 그 다음부터 맥의 기본 OS가 Windows로 바뀐다. 즉, 전원을 켜면 Mac OS로 부팅되는 게 아니라 Windows로 부팅이 된다. Mac OS를 사용하기 위해선 부팅시 Option키를 눌러 부트 메뉴를 불러 내야 한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결국 맥도 Mac OS를 설치할 수 있는 PC일 뿐이게 되버리는 것이다. 과거 애플이 x86 CPU를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왠지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건 뭘까? 맥 유저도 아닌 내가 이런 아쉬움을 왜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맥은 디자인이 예쁜 PC로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애플에게 묻고 싶다. 정말 디자인 예쁘게 잘 만드는데 이왕 이렇게 된거 걍 같은 디자인으로 PC도 만들어 주면 안되겠니? 맥보다 조금만 싸게 해서 말여. ㅎㅎ

<PS> 아이맥에 바라는 점!
1. 하드 디스크 액세스 LED 하나 달아 주면 안 될까? 좀 답답하던데... 애플 로고 중앙에 은은하게 말야.
    끄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끌 수도 있게 프로그램 제공하면 더욱 좋고. ^^
2. ODD Eject 버튼 하나 달아 주면 덧나니? 겁나 불편함. 디자인에 별 영향도 없을 듯 한데.. ㅋㅋ
3. 마우스 휠(?)이 좀 거시기 하더라. 좀 쓰니깐 익숙해 지긴 하는데 너무 작아서 미세한 조절이 어렵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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