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한 분께서 간만에 카톡으로 연락을 주셔서 동영상 편집용 데스크탑을 물어보시더군요. 최근에 영상 촬영에 재미를 붙이시다 보니 편집까지 욕심을 내신 건데 직접 고르신 삼성 게이밍 데스크탑 하나를 보여주시며 이게 어떠냐고 하셨습니다. 가격은 저렴했으나 7700K가 들어간 구형 시스템이라서 저로선 권해드리기 어렵더군요. 8세대나 9세대로 넘어오면서 코어 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동영상 편집 성능에서 비교 불가니까요.
솔직히 말해 간단히 취미로 영상 편집을 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개인적인 생각과 욕심에는 최신 8코어 시스템이 어떨까 싶더군요. PC 한 번 사면 오래 쓰시는 분이라 더더욱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AS의 편리성 때문에 대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계셨지만 9900K나 9700K가 들어간 제품들은 별로 없기도 하고 가격적으로도 메리트가 없더군요.
직접 조립해 드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기성품들 중에 9900K가 들어간 제품을 골라봤습니다. 레노버나 한성 정도가 물망에 올랐는데 덩치가 작고 귀여운 레노버 C730이 낙점을 받았습니다. 9900K가 들어가다 보니 기본적으로 그래픽 카드도 RTX2070부터 매칭되다 보니 가격이 많이 올라서 300만원짜리를 고르게 됐네요. 그래픽 카드만 중고로 팔고 GTX1060 정도로 낮추는 방법도 말씀드려봤지만 지인께서는 그 정도까지는 쓰실 용의가 있다고 하셔서 고고싱~~~!!
행사로 레이저 게이밍 키보드를 사은품으로 주고 사용기를 간단히 올리면 마우스까지 주는데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35만원 정도는 되겠더군요. 윈도우 10 정품이 설치되어 있는 걸 고려하면 조립비용 대비 별 차이는 안날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 9900K는 쿨러쪽에서 신경을 써줘야 된다고 하여 내심 조립하는게 부담되기도 했었기 때문에 제조업체에서 충분히 테스트했을 거라고 믿고 구매를 진행했습니다.
주문한 물건들이 도착했습니다. 본체 박스와 사은품 레이저 블랙위도우 X 크로마 키보드입니다. 언제나 박스를 좋아하는 냥이님께서는 들고오자 마자 폴짝 올라가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ㅎㅎㅎ 그런데 택시 기사님이 제가 부재중일 때 오셔서는 덜렁 현관 앞에 놔두고 가버렸더군요. 저렴한 물건들은 제가 그렇게 놔두시라고 말씀드리기도 합니다만 이건 좀 비싼 건데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박스를 여니 보호재의 두께가 상당합니다. 추가로 들어 있는 건 간단한 설명서와 전원 케이블 뿐...
꺼내 놓고 책상에 올려 놓으니 꽤나 멋스럽습니다. 상단 손잡이 덕분에 들고 움직이기도 편하고 작은 덩치는 귀여움마저 느껴지더군요. '이 작은 덩치에 과연 9900K와 RTX2070의 열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잘못 산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걱정이 들었습니다.
전원을 넣으니 순간적으로 팬 소음이 났다가 사라집니다. 예전에도 일부 그래픽 카드들은 그런 경우를 종종 봤었기 때문에 특기할 사항은 아닙니다만 팬의 기동 속도를 낮추고 시작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동차 시동처럼 나름의 쾌감이 있기는 합니다만... ㅋㅋ 전면부의 삼각별 모양에도 하얀 조명이 켜지는데 너무 밝은 듯한 느낌입니다. 대신 상단의 조명은 맘에 듭니다. 좌우에서 라이트 바가 켜지면서 은은하게 비춰주는데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네요. 그래픽 카드는 ZOTAC OEM인 듯 합니다.
케이스에서 가장 맘에 드는 점 하나는 옆 패널 분리가 아주 쉽다는 겁니다. 상단 레버를 살짝 젖히면서 패널을 뒤로 슬라이드 시키면 바로 열리는데 저처럼 주기적으로 열어서 먼저 청소를 해주거나 만지작거리는 분들은 좋아하실 듯 하네요. 다만 반대쪽 패널은 손나사 두 개를 풀어야 열립니다. 이왕이면 양 쪽다 해주지.. ㅎㅎ
외부 디자인에 비해 내부는 아주 평범해서 조립 PC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CPU 쿨러는 히트 파이프 3개가 달린 플라워형인데 구형 AMD CPU 쿨러처럼 생겼습니다. 방열 성능이 살짝 걱정이 되던데 실제로 번인 테스트를 돌려 보니 써멀 쓰로틀링이 걸립니다. 일반적인 부하에선 부스트 클럭이 4.5 정도까지 내려가고 심한 부하를 걸면 3.6 기본클럭까지 왔다 갔다 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용도에서 별 문제 없겠으나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쿨러를 바꿔주고 싶더군요.
SSD에 방열판이 달린 건 좋더군요. 삼성 NVMe 타입의 OEM 모델인데 정확한 모델 번호까지 확인은 못했습니다. 하드웨어 정보 유틸로 잠깐 봤었는데 메모해 놓질 않았네요. 가져다 드리기 전에 성능 측정도 해보려고 했는데 깜빡했습니다. 설 전에 다소 정신이 없는 상태여서 그랬는지 빠트린 게 많네요. ^^
가장 아쉬운 점 하나는 내부 배선들입니다. 케이블 정리가 안되어 있어서 난잡합니다. 앞에서 조립 PC 같다고 말씀드린 데에는 이 점이 한 몫 합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대기업 제품들은 배선들이 깔끔하게 돌아 다니고 적절하게 묶여 있어서 일반 조립품에서 느낌 수 없는 아우라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제품은 그게 아쉽습니다.
케이블링 문제는 공기 순환에서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상단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흡기팬 뒤를 케이블들이 많이 지나갑니다. 공기 흐름도 그렇고 오래 지나면 저기에 먼지도 많이 쌓일까 싶어 좀 걱정이 되더군요. 다만 흡기팬은 2열이라서 전체적인 케이스의 방열 구조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픽 카드는 끝부분에 쿨링 가이드를 겸하는 지지대가 튼튼하게 장착되어 있습니다. 왼쪽 끝에 삼각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전면 팬의 공기가 위 아래로 지나가도록 유도되는데 윗 쪽으로 올라간 공기는 바로 그래픽 카드의 흡기 팬에 딸려 들어가고 하단부에서도 그래픽 카드를 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픽 카드에는 백플레이트가 달려 있던데 보통 이런 기성품에는 안 달려 있는 경우도 많다 보니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반대 쪽 패널을 열면 파워 서플라이와 하드 디스크 케이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하드 디스크가 하나 달려 있는데 시게이트 7200rpm 2TB 모델입니다.
하드 디스크 케이지도 탈장착이 아주 쉽습니다. 레버를 위로 올리면서 앞으로 당기면 기울어지면서 쉽게 분리됩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기본 설치된 윈도우 10이 RS4 버전이라서 RTX2070과는 조합이 맞지 않습니다. RTX 시리즈의 특징인 레이 트레이싱을 활용하려면 RS5와 최신 버전 지포스 드라이버가 필수니까요. RS5로 업그레이드한 후 지포스 드라이버도 업그레이드하려고 표준 지포스 드라이버를 다운받고 설치를 진행하니 에러가 나면서 안되더군요. 대신 지포스 익스피어리언스를 설치해서 업데이트하면 업데이트가 가능하긴 합니다만 문제는 지포스 계정을 만들어야만 업데이트가 된다는 겁니다. ㅡ.ㅡ;;; 구 버전 하드웨어에 맞는 소프트웨어에 하드웨어만 신제품으로 조합한 느낌이던데 이런 부분은 제조사가 꼼꼼히 신경써 줬으면 합니다.
세팅을 모두 마치고 3일간 퇴근 후에 틈틈히 써봤는데 결론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덩치가 작은 케이스에 고성능 제품들을 함께 넣다 보니 사용중에 다소 팬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만 아이들링 타임만이라도 조금 더 조용했으면 하고 욕심부려 봅니다. 속편히 고성능 게이밍 PC를 구매하고 싶고 덩치 큰 본체를 싫어하는 소비자에게는 무난한 제품으로 다가올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약간의 컴 지식이 요구되는 제품임은 확실합니다.
'컴퓨터 /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루투스 헤드셋 (2) | 2019.03.17 |
---|---|
WD Elements Desktop 10TB (7) | 2019.03.17 |
Windows 10 RS5 부팅 문제 - BCD 오류 (6) | 2018.10.01 |
갤럭시 A7 2017 (4) | 2018.06.30 |
소니 엑스페리아 XZ1 (2) | 2018.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