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상암의 불쾌한 경험, 즐거운 경험

드라이빙필 2009. 8. 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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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아들과 산후조리원 동기(응?? ㅎㅎ)네 가족들과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 마침 아이스에이지 3편이 개봉하더군요. 그래서 이래 저래 조사를 하다 보니 아이스에이지 3의 상영 형태가 7가지나 되더군요. 디지털이냐 아니냐, 3D냐 아니냐, 더빙이냐 자막이냐로 각각 나뉘어 6종류가 있는데다가 디지털4D라는 다소 생소한 방식까지 있었습니다.

검색을 해 보니 4D는 3D 영상은 물론이고 좌석이 움직인다거나 바람이 나오거나 하는 등 더욱 실감나는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날짜(광복절)로 예매를 하려고 했더니 밤 9시 반 것만 가능하더군요. 하루에 3번 밖에 상영을 안하는 데다가 좌석수가 88석 밖에 되지 않다 보니 예매하기가 어려운 듯 했습니다. (다음 날 다시 조회해 보니 예약 가능한 날짜는 모두 거의 매진되었더군요. 어찌나 다행이던지! ^^b)

디지털 4D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암CGV에만 있습니다. 제가 사는 강동쪽에서는 거리가 멀기도 하고 초등학교 2~3학년 애들을 데리고 가려다 보니 주말임에도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싶어 서울시설공단 홈피에 들어가서 보니 마침 그 날에 FC서울의 경기가 있는데 경기 시간이 8시부터여서 주차하기가 어떨지 걱정이 좀 되긴 하더군요. 그래서 상암CGV 홈피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살펴 보았더니 서문 주차장을 이용해야만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가족이 저녁 식사를 집 근처에서 한 후 조금 서둘러서 출발을 했습니다. 주말 저녁시간이라 차가 많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여 8시쯤 경기장 서문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줄이 서 있더군요. 줄 옆으로 지나가면서 보니 '만차'라고 되어 있고 안내원들은 다른 곳에 주차하라고 말을 했습니다. 경기까지 있으니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다른 주차장들을 살펴 봤지만 모두 다 긴 줄이 서 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차피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면 할인이 되는 주차장으로 다시 가야 겠다 싶어서 다시 서문 주차장 입구에 줄을 섰읍니다.


서문 주차장에 도착해서 줄을 서 있으니 안내원이 또 오더군요. 만차라서 다른 주차장으로 가라는 겁니다. '다른 곳도 다 만차니깐 여기서 기다리다가 자리 비면 들어가겠다' 했더니 그러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어디 오셨냐고 묻길래 CGV 왔다고 하니 CGV 고객들은 여기 주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슬슬 짜증이 좀 나더군요. 그러면 여기 차 세우는 사람들은 뭐냐고 물었더니 축구장 이용하는 VIP 손님들만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ㅡ,.ㅡ;;; 그렇게 파는 입장권이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던데 좀 황당하더군요.

그러면서 CGV는 자기들 주차장이 있는게 아니라 빌려서 쓰는 것이고 자기들 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대로 사용한다면서 말이죠. CGV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경기장 시설의 일부이고 그 시설에 입주하면서 주차 관련해서는 서로 얘기된 부분이 있을텐데 이런 식으로 고객을 차별하는가 싶기도 하고 세금으로 지어진 시민 공용 시설을 비싸게 판 VIP 손님들을 위한 주차장으로만 쓴다니 어의가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안내원들이 FC서울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공단이 아니라 FC서울 직원들인 듯 싶던데 공단의 관리하에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이 기분이 좀 언짢았습니다.

참다 못한 아들 친구 어머님께서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하셨습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시라.. ^^) 시민들의 시설인데 그렇게 사용하는 근거가 뭐냐? 등등 집요한 질문에 안내원은 뱅뱅 도는 멘트만 날리다가 결국은 입장시켜 주더군요. ㅋㅋㅋ 주차장에 들어가면서 계산원이 어디 가냐고 묻길래 CGV라고 했더니 1,800원을 받더군요. 나중에 정산하는 거 아녔나?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주고서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주차를 시키고 나서 CGV로 간 후 그 곳 직원분께 주차비 관련해서 물어 봤더니 다시 계산원에게 가서 영화표를 보고 환불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하시는 분들이 9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미리 끝나는 시간까지 계산을 한 것일 거라며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차한 곳과 영화관까지 거리가 조금 되기 때문에 짜증이 나더군요. ㅡ.ㅡ' 다시 가서 받으려고 영수증을 받아 들고 살펴 보니 할인이 표시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CGV 직원에게 보여주니 '이미 할인이 되셨네요. 나가실 때는 요금 더 안내셔도 됩니다.' ㅡ,.ㅡ;;;; 영수증 확인 안하고 계산원에게 갔으면 완전 똥개 훈련했을 뻔 했습니다. 주차요금과 관련하여 서로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관에 들어 갔는데 걱정했던 것 보다 스크린 사이즈는 작지 않아서 다행이더군요. 의자의 높이가 조금 높은 것 말고는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천정에 대형 팬이 여러 개 달려 있고 앞 의자의 등받이를 보니 바람 나오는 구멍도 보이고 나름 기대가 되는 모양새였습니다. ^^

영화관에 입장할 때 3D용 편광 안경을 나눠주는데 영화가 시작되면서 착용해 보니 3D 효과가 꽤 그럴싸하더군요. 앞으로 3D로 하는 영화들은 꼭 3D로만 봐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닝 샷에서 프레임이 퍼덕퍼덕거려서 눈이 좀 불편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꽤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빨간 색 파란 색 샐로판지 안경으로 보던 3D 와는 많이 다르더군요. 나중에 PC에도 활성화 되어서 게임을 3D로 하면 정말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4D다 보니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에서 바람도 불고 좌우로 흔들림도 있던데 생각보단 의자의 움직임이 격하지 않아서 재미는 조금 떨어지더군요. 안개 낀 장면에서는 스크린 밑에서 연기가 올라오기도 했고 의자에서 나오는 컴프레셔 바람은 바람소리가 심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을 놀래키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니 냉방이 조금 약해서 살짝 더웠는데 천장의 팬들이 도는 장면에서는 쾌감이 느껴지더군요. ㅋㅋㅋ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벌목장 통나무 영상이 나오는 입체영화에 비하면 다이나믹한 맛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한 영화관이라고 느꼈습니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가시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양념 정도로 생각하면 즐거운 감상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무튼 주차 문제로 짜증이 좀 났지만 영화라도 즐겁게 보고 나니 기분은 좋았습니다.

복잡한 주말에 그것도 축구 경기가 있는 주말에 차를 가져 가서 영화를 보려한 것이 당당하고 잘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한 경우 맘 편하게 와서 시설물을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많은 세금으로 경기장 지어 놓고 이게 무슨 짓인가 싶더군요. 4D 상영관이 상암 밖에 없으니 다신 안간다고 할 수는 없고 다음부터는 축구 경기 있는 날에는 절대 안 가기로 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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