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 IT

My PC Story (5)

드라이빙필 2008. 7. 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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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다니던 회사가 IMF 한파에 쓰러지고 동료들이 뜻을 모아 새 회사를 차려 나갈 때 서버에 보관중인
자료들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가 문제였는데 MO 드라이브를 이용해 간편히 백업하여 가져갔었다.
그 당시의 하드 디스크 용량이라고 해 봐야 몇 백 MB 또는 몇 GB 정도 였으니 장당 640MB의 MO는
상당히 유용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유용하게 쓴 적이 있었는데 거래하던 일본 회사에서 개발 정보를
보내 주면서 MO 디스크로 보내 준 적이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MO 드라이브를 많이 쓰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MO를 구경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지라 회사에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복사해 준 기억도 난다.

새 회사에 자릴 옮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형에게 외장 하드 하나를 받았었다. 회사에서 매킨토시
구입할 때 서비스로 준 것이라 했는데 쓰는 사람이 없다고 필요하면 쓰라고 주었던 것이다.
가져온 하드를 살펴 보니 2.5인치 6GB의 1394 타입이었다. 1394를 처음 접하는 순간이었는데
1394의 이름인 FireWire에 빨간 케이스가 어찌나 어울리던지 기쁜 마음에 쳐다 보기만 수 십 차례..
그러나 나는 컨트롤러가 없었기 때문에 별도로 구입해야만 했었다.



느린 MO만 쓰다가 외장하드를 연결하고 복사를 하는 순간 어찌나 빠르게 느껴지던지.. ^^
당시에는 USB 2.0이 없던 시절이라 1394가 상대적으로 엄청난 고속이었다. 지금은 20GB, 30GB를 거쳐
120GB 짜리를 쓰고 있지만 케이스의 고급감이나 묵직한 느낌 등은 아직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휴대용이란 측면에서 보면 가벼운 게 당연히 좋지만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할 때는 이러한 무게가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쓸 데가 없어도 왠지 아까워서 버리질 못하고
지금도 서랍 한 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지만 처음 받았을 때의 그 설레임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1394가 빠르긴 했지만 USB 2.0이 나오면서 대중성을 얻자 외장하드도 빠르게 USB 2.0으로 옮겨갔다.
나 또한 1394+USB 1.1 콤보 제품을 한 번 쓰다가 1394+USB 2.0 콤보 제품으로 넘어 갔었다.
하지만 1394의 부드러운 느낌과 전원부의 여유로움은 USB 2.0이 따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에
계속 1394를 애용하곤 했었다. 2.5인치 하드 디스크의 성능이 점차 올라가 이제는 1394(정확히는
1394a)도 부족하고 USB 2.0도 부족한 상황이 되었고 더 빠른 인터페이를 갈구하고 있으나
마땅히 대안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eSATA가 하나의 대안일 순 있으나 전원부를 한 케이블로
커버하지 못하니 어댑터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내년에 완성된다는 USB 3.0에나
기대를 걸어 볼까 한다.

이젠 비디오 카드 얘기로 넘어 가 보자. CPU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가장 많이 바꾼 부품일 것이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예전에는 게임도 많이 했었기 때문에 CPU와 비디오 카드는 어찌 보면 당연히
자주 바꿀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펙트라 2500까지는 이미 예기했고 그 이후부터
얘기를 꺼내 보자면 GeForce 2나 3 계열일텐데 애석하게도 이 때의 제품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다음에 내 손에 들어 왔던 비디오 카드는 GeForce4 MX440이다. 이 카드는 잊혀지지 않는 물건이다.

이 카드를 살 당시는 PC를 업그레이드 한지 얼마 안 됐을 때였고 이 때 바꾼 메인보드와 충돌이
있어서 나를 괴롭혔던 카드이며 내 손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떠나갔던 카드이기도 하다.
사실 출시된지 얼마 안된 제품을 사게 되면 어느 정도는 호환성 문제를 겪기도 하기 때문에
있을 수도 있는 일이긴 하나 부팅이 거의 안되는 조금 심각한 문제였다. 결국 메인보드 수입사에
문의를 하여 메인보드에 납땜까지 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보니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좁디 좁은 AGP 슬롯과 PCI 슬롯 사이에 깨알만한 캐퍼시터를 붙이는 작업이었는데 작업 중에
슬롯 커넥터를 조금 지지기도 하고 부품끼리 엉겨 붙어서 떼어 내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었다.
수전증이 있는 나로서는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겨우 성공을 해서 잘 쓰긴 했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 메인보드는 내가 만 4년 정도 쓰고는 형에게 물려 줬고 아직도
잘 쓰고 있으니 납땜질은 잘 되었던 것 같다. ^^


여하튼 첫 만남부터 이런 고통을 겪다 보니 애정이 깊지 못했고 결국 Radeon 9000Pro에게 자릴
내 줬다. 이 카드는 내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중에 HTPC에서 활약을 했으나
이 얘기는 HTPC를 따로 묶어서 하고자 한다. 이 카드로 즐겼던 게임으로는 카마게돈 시리즈가
기억난다. 험악하게 생긴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인데 보행자를 치거나
다른 차량을 파괴하면 점수가 올라 가는 소위 골 때리는 게임이었다. ㅋㅋ 기존 카드에 비해
눈에 확 띨 정도의 성능차를 보여 주지 못해 아쉬웠고 ATI 최고의 히트작중 하나인 9550에게
자리를 내 주게 된다.


샘물테크의 VIVA 시리즈를 샀었는데 보드가 불안정하게 동작하는 문제가 있어 한 번 교환했었다.
교환 전에는 오버클러킹이 거의 되지 않았었는데 교환한 물건은 수입사에서 밤새 돌려보면서 확인한
양품이었는지라 대체로 잘 되었었다. 게임에서의 성능도 9000Pro에 비해 월등히 좋았던지라
아주 즐겁게 게임을 했었다. 방열판이 크고 무거워서 코어가 걱정되기도 했었는데 별 문제없이
잘 썼었다. 팬 없이 사용하는 무소음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카드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당연히
무소음들만 있었던 비디오 카드지만 몇 년 전부터 발열이 심해져서 이젠 팬이 없는 카드들을 일부러
찾아서 써야 하는 시절이 되버리고 말았다.

9550을 통해 여러 게임들을 접하던 중 니드포스피드 모스트 원티드가 나왔었다. 레이싱 게임을
즐겨 하는 나로써는 프레임이 끊기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옵션을 낮춰서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결국 업그레이드를 하고 말았는데 이 때 바꾼 것이 GeForece 6600GT이다.

처음으로 산 PCI-Express 비디오 카드이자 PC 부품중 유일하게 두 번 교환한 물건이다.
이 제품의 수입사 A/S로 인해 다시는 유명 브랜드가 아닌 제품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했었다.
(세상사 마음 먹는다고 다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 심정은 정말 그랬다.)

이 카드를 사고 나서 몇 일 되지 않아 비디오 카드가 고장이 났다. 화면은 완전 먹통...
용산에 가기가 귀찮기도 하고 다음 날 출근도 해야 하는지라 고민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대신 다녀
오겠다고 하길래 부탁을 했고 다음 날 교환해 온 것을 보니 보드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새 제품이라고 말하면서 교환해 줬다는 데 한 눈에 보기에도 군데 군데 납땜의 흔적과 손자국은
사용했던 제품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내용을 가격비교 사이트에 올렸더니 담당자가 새 제품으로 교환해 준 것이라며
답글을 달아 놓았다. 화가 난 나는 다음 날 당장 용산에 달려 갔고 물건을 보여 주면서
어떻게 이게 새 거냐고 따졌다. 확인 결과 RMA 제품이어서 다시 새 제품으로 교환받아 왔는데
그 씁쓸한 기억은 지워지질 않는다. 사실대로 RMA 제품임을 얘기하고 교환해 줬더라면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을 것이고 여러 번 교환받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썼을지도 모른다.
물건의 품질도 중요하겠지만 고객의 마음을 한 번쯤 생각해 주는 수입사가 그립다.

마지막으로 구입한 제품은 Radeon X1950Pro이다. 이것도 역시나 게임 때문에 바꾼 것인데 바로
니드포스피드 카본이다. 이 게임은 GeForce 계열에서 극악의 성능을 보여 주어서 6600GT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아들 녀석도 함께 레이싱 게임을 하곤 했었는지라 아빠가 사고 싶어 하는
비디오 카드를 자기가 사주겠다고 했다. (대견한 놈 ^^) 아들 녀석 통장에 들어 있는 돈으로
사겠다곤 했지만 실제론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순수한 그 마음만 받고 결국은 엄마가 결제.. ^^



저소음 쿨러도 만족스럽고 그래픽 가속 능력도 훌륭하다. 더 뛰어난 카드들이 지금은 많이 나온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도 만족감은 꽤 높은 카드이다. 가만 보면 지금까지 구매해온 카드들이 대체로
가격대 성능비가 높은 제품들이고 인기가 있는 제품들이었다. 학교 다니던 시절 가격대성능비는
철저히 무시한 채 오로지 성능과 품질에만 매달렸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결혼을 기점으로 부품구매에
대한 가치관이 바꼈다고나 할까? 여하튼 이젠 부품단가가 20만원이 넘으면 구매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절대 한계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 생각이 변한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PC의 부품들이
많이 저렴해 져서 이젠 고가의 제품들을 꼭 살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계속>

[2007-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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