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좋은 기회로 초대권이 생겨서 정말 오랜만에 연극 한 편 보고 왔습니다. 대학로에 나가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물론 서울 살면서 근처에 아예 안 간 거는 아니지만 순전히 바람 쐬러 간 거는 연애 시절 이후로 거의 없었던 듯 싶네요. 초겨울 바람 맞으며 찾아간 곳은 예술공간 서울이라는 곳입니다.
공연장이 골목 안 쪽에 있다 보니 왠지 분위기 납니다. ^^ 입구에서도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더군요.
감상할 작품은 바로 '천안함 랩소디'. 예전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소식만 접했을 뿐 직접 와서 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앵콜공연에서야 그 것도 서울 공연은 마지막 날이라고 하던데(이후로는 지방 순회 공연으로 들어간다고) 턱걸이로 보게 됐네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분은 복 받으실 겁니다. ^^;
공연장은 아담하더군요. 소극장의 매력은 배우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거죠. 아직 공연 전이라 조용했는데 왼쪽 편에는 재밌는 표지판이 있더군요. 따로 사진을 못 찍었는데 내용은 간단합니다. "촬영 마구 해서 많이 알려 주세요" 정치연극을 표방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공연중에도 촬영을 해야 매너관객이 됩니다. ^^ (DSLR을 가지고 갔어야 되는데... 천추의 한으로 남습니다. 폰카 화질이 이 지경일 줄은.. ㅠ.ㅠ)
명계남 선생님께서 간단히 작품 설명을 해주시고 바로 연극에 들어갔습니다.
설정은 한 때 주가를 날리던 명배우가 은퇴하고 난 후 고물상을 차려 근근히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새 영화를 만들어 보자고 하면서 천안함 관련한 패러디가 이어지는 와중에 중간 중간 천안함 사건에서 붉어진 여러 의혹들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오른쪽 사진의 젊은 배우께서 정권의 입장에서 반론을 하는데 아주 얄밉더군요. ㅋㅋ 천안함 사건에 관련해서는 명쾌하게 밝혀지지 못한 부분들이 많은 상태에서 정치적인 의도로 변질됐다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재판을 여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정부 관계자들을 여러 명 불러 내어 조목 조목 따져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있던 답답한 것들을 크게 소리치면서 떠들다 보니 왠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무대 주변으로는 수병들의 원혼(?)들이 돌아 다닙니다. 클라이막스에서는 이 분들도 같이 외치는데 그 중 천안함에게 응답하라고 외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숙연해 졌습니다.
마지막에는 그 분(?)께 질문 드려보는 시간도 있었는데 동문서답이 일품이었습니다. 아오 미워~ ㅋㅋ
막바지에는 촛불을 나눠 주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은 북의 소행이던 다른 이유이건 간에 명확히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회라면 과연... ㅡ.ㅡ 평소에 마음 속에 갖고 있던 생각을 연극 배우들이 대신 외쳐준 거 같아 다소나마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 들어서 감사했습니다. 이러한 외침이 널리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연극이 끝나고 막걸리를 나눠 주시더군요. 연극 소품인줄로만 알았던 냉장고(무대 오른쪽 뒤)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바로 내오는게 재밌었습니다. 시원함에 한 사발 들이켰는데 아주 맛나서 몇 잔 더 마셔 버렸다는... ㅎㅎ 오른쪽 사진은 그 분(?)께 맨 먼저 질문한 관객에게 선물할 친필 글씨를 쓰시는 장면.
막걸리 맛이 괜찮길래 뭔가 봤더니 봉하막걸리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벌컥벌컥~~ 이러다 취하는데... ㅡ.ㅡ 여건이 된다면 배우들과 둘러 앉아서 술 한 잔 걸치면서 얘기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네요. ^^
명계남 선생님과 사진도 함께 찍고 싸인도 받아 왔습니다. ^^b 오랫만에 본 연극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내용인지라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이후에 지방 공연에서도 많은 호응이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우리 사회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심하게 배척하는 경향이 너무 강한 듯 하여 많이 안타깝습니다. 서로 틀린게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개인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되면 참 아름다울텐데 말이죠. 천안함 사건이 그런 모습을 아주 강하게 보여주는 소재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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