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86 시승을 위해 안산 서킷에 다녀 왔습니다.
한참 동호회 활동을 할 때 몇 번 가 본 곳인데 지금은 부대시설들이 대부분 철거되서 분위기가 좀 썰렁하더군요. 그래도 참 재밌는 추억들이 많이 서려 있는 곳이라 다시 찾게 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행사장 부스 옆(왼쪽)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차가 보입니다. ㅎㅎ
타쿠미가 타던 바로 그 차~! 두부배달용 하치로쿠(AE86)입니다. ㅎㅎ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을 보니 참 묘한 기분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현실로 뚫고 나온 느낌이랄까요? 이런 감성을 토요타가 노렸을 겁니다.
앞모습도 찍어 보고...
뒷태도 한 번 감상해 주시고.. ㅋㅋ
반대편에는 신형 86이 서 있더군요. 행사장에 있던 유일한 수동 차량으로 보이던데 시승은 해 볼 수 없는지라 수동을 타보고 싶어 하는 매니아분들은 아쉬워 하는 눈치더군요. 저처럼 운전 못하는 사람은 그저 패들 시프트만 있어도 만족합니다만.. ^^; 그런데 시승 중에는 패들 시프트도 못 쓰게 하더군요. 몰래 써보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ㅎㅎ
사진으로 볼 때는 뒷 모습이 못 생겨 보이더니 실물은 그런대로 괜찮더군요. 전체적으로 컴팩트한 크기가 경량 스포츠카 다운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수동 모델은 16인치 휠을 신어서 그런지 휠이 좀 작아 보이더군요.
프론트 휀더에 붙어 있는 86 로고가 재밌게 생겼더군요. 박서 엔진을 의미하는 좌우 피스톤 모양에 가운데는 86이란 글자를 원형으로 디자인해 넣었습니다. 로고에까지 86이라는 글자를 넣다니.. 토요타의 마케팅이 재밌습니다. ^^
엔진룸을 보니 박서 엔진 답게 밑으로 푹 꺼져 있습니다. 알터네이터나 오일필터가 상단에 위치하는 것도 그렇고 배터리도 최대한 뒷쪽에 붙여 놓은 것을 보니 흔히 보던 차들과는 달리 구조가 독특해 보이더군요.
실내는 심플합니다. 센터페이아 쪽은 오랜만에 보는 저렴한(?) 느낌의 인테리어였습니다. 하지만 86을 인테리어 보면서 타는 차는 아니니 그런 것은 별 문제 아닙니다. 차라리 옵션 적고 가격이 낮은 걸 원하는 매니아들도 많을테니까요. (하지만 과연 저렴할지?) 시승차들은 오토 모델이라 옵션이 더 들어가 있어서 모양이 다르더군요. 그런데 운전에만 신경쓰느라 세세한 비교를 못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전시장에서나 봐야 겠네요.
자동차 매니아라면 요거 좋아들 하시죠? ㅎㅎ 왼쪽에 있는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는 가깝게 위치하고 있습니다. 드리프트 머신답게 레버의 위치도 꽤 높더군요. 괜히 한 번 땡겨 보면서 타쿠미 기분 좀 내 봤습니다. ㅋㅋ
스포츠카 하면 보통 빨강색이 잘 어울리는데 개인적으로는 주황색 계통이나 흰색이 멋있더군요.
이 차에다 두부배달차라고 스티커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겠죠? ㅋㅋ 오토 모델은 휠이 17인치로 설정되고 디자인도 다릅니다. 수동 모델은 어차피 튜닝을 한다는 전제가 있을테니 가격을 낮추기 위해 16인치로 설정하는 것이 더 좋은 듯? 그리고 만약 드리프트만을 위한다면 인치 수 작은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구요.
서킷에는 저희보다 앞 세션 참가자들이 시승중이었습니다. 배기음이 밋밋한 편이라 주행하는 모습만 봐선 그다지 큰 감흥은 없더군요. 그래서 86 사시는 분들은 배기 튜닝을 많이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니셜 D가 틀어져 있고 한 쪽에는 게임기도 설치돼 있더군요.
행사장에 일찍 간 관계로 1시간 넘게 기다린 후 저희 세션이 시작됐습니다.
토요타 행사할 때 늘 오시는 일본 레이서 세 분(왼쪽)과 우리나라 레이서분들.
이어서 차량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컬러는 7가지. 그런데 프로젝터 스크린이 잘 안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간단히 간식을 먹었습니다. (오란머시기 간접 광고 절대 아님! ㅋㅋ)
안산 서킷 구조입니다. 참 재밌는 서킷인데 자주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첫 번째 운전자세 교육입니다. 자칭 헬스 트레이너 교관님께서 아주 재밌게 가르쳐 주시더군요. ^^
두 번째 기초 운전 교육. 슬라럼 위주로 한 바퀴 도는데 86의 느낌이 참 좋더군요. 좌우 롤은 매끄럽게 억제되면서도 바닥에 바짝 붙은 듯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왼쪽으로 출발해서 슬라럼, 선회, 슬라럼, 브레이킹 정도의 순서인데요. 브레이킹은 좀 더 쎄게 밟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더군요. 차가 안정되게 받쳐 주니 슬라럼도 너무 쉬워서 약간은 밋밋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랙을 도는 코스. 저처럼 앉은 키가 높은 사람은 저 헬멧이 무섭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운전석에 앉으니 머리가 천정에 닿는 사태가.. ㅠ.ㅠ;;;; 꾸부정하게 운전하니 참 답답하더군요.
비교 시승의 희생양이 된 제네시스 쿠페. 사실 전 젠쿱을 한 번도 시승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시승의 기회가 더 재밌더군요. 신형 젠쿱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출력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구형을 준비한 듯 싶었습니다.
페이스카(캠리) 뒤에 따라 가면서 한 바퀴씩 번갈아 가며 탔는데 저는 86 -> 젠쿱 순으로 시승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젠쿱은 게임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둘 다 오토 미션인데 젠쿱은 세단용 세팅이라고 느껴지더군요. 코너 탈출시 악셀을 밟아도 킥다운은 나몰라라.. 전체적으로 반응이 굼뜬 느낌) 그에 반해 86은 적극적입니다. VSC가 켜져 있는 상태일텐데도 뒤가 약간씩 흐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속력을 줍니다.
악셀 반응이나 가속력에 있어 데이터 상의 수치만으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발군이더군요. 200마력을 제가 너무 우습게 봤던 것 같습니다.(과급기 써서 리터당 100마력 넘기는게 보통일 정도로 요즘 차들 스펙이 워낙 높으니 제가 착시를 일으킨 듯.. ㅋㅋ) NA로 200마력... 고rpm과 엔진 사운드의 쾌감!
그리고 하체에서도 젠쿱 시승차의 상태가 나쁜 걸 가져 왔나? 싶을 정도로 약간 붕뜬 느낌을 줬습니다. 물론 주행 자체는 재밌게 할 수 있는 차종이지만 86과 연이어 비교하니 그 차이가 두드러지더군요.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절대 젠쿱은 안 살 듯 싶습니다.(하지만 86 가격이 저렴할 것 같지는 않으니 고민이.. ㅎㅎ) 휠타이어 측면에서 봐도 젠쿱이 더 좋은 조건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주행질감은 떨어지니 말이죠. 그런 면에서 토요타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브레이킹은 제가 코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느껴보질 못했고 함께 참가하셨던 지인(320d M 스포츠에 쇽업소버(KW v3) 및 BMW 순정 ECU 튠)의 말씀을 빌리면 브레이크도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시더군요. 하체 세팅도 본인 차보다 만족스럽다고.. 저런 타이어로 저런 그립을 만들어 내는게 훌륭하고 더 고성능 타이어로 바꾸면 왠만해서 그립을 잃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참고로 휠/타이어샾을 하시는지라 타이어는 잘 아시죠.)
행사 마무리에서는 수료증(86 드라이버 인증서)을 나눠 줬습니다. 시승 시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3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컨디션이 약간 좋지 않았는데 86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 지더군요. 간만에 좋은 경험을 하나 추가했다는 기쁨을 간직한 채 귀가했습니다.
86은 자동차 매니아 그 중에서도 이니셜 D의 팬이라면 일단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승해 보니 이미지만 갖고 있는 차가 아니라 기본기가 탄탄한 차라고 느꼈습니다. 토요타에서 86이라는 이름을 붙일 때 이미 그런 부분은 예상됐던 바인데 결과물이 괜찮네요. 향후 어떻게 마케팅을 펼쳐 나갈지는 모르겠으나 오너들을 위한 드라이빙 스쿨이라던지 서킷 데이 같은 걸 정기적으로 만들어 준다면 반응이 뜨겁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전적인 부분만 아니라면 한 대 사고 싶던데 이 놈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아오~~
마지막으로 택시 드라이빙 영상 올립니다. 포커스도 못 맞추고 촬영을 시작한데다가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잡질 못해서 엉망입니다. 올리지 말까 하다가 엔진 사운드나 감상하시라는 차원에서 추가했으니 보고 욕하지 마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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