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고양이 미용 힘들다. ㅠ.ㅠ

드라이빙필 2010. 4. 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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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는 태어난지 11개월 된 고양이들이 두 마리 있습니다. 요 넘들이 덩치도 커지면서 털도 길어지니 사방팔방 날리는 털들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미용실에 데려 가서 이발하려면 마리당 6만원 정도 든다는데 그렇게까지 돈 쓰기가 싫어서 직접 깎아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내가 미용기를 빌려 왔습니다.

시중에서 2만원대에 판매되는 비교적 저렴한 제품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양이 기르시는 분들은 절대 사지 마세요. ㅠ.ㅠ(털이 고양이보다 뻣뻣한 강아지들은 잘 깎이는데 고양이는 힘듭니다) 사람 머리 미는 것처럼 슥슥 밀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털들이 뒤로 밀려서 자빠지기만 할 뿐 거의 깎이지가 않더군요. 털이 짧은 부분들은 그나마 조금씩 깎이는데 속터지더군요. '내가 기술이 부족해서 그렇겠지?' 생각하며 이틀에 걸쳐 4시간 가까이 가위질과 병행하며 열심히 해 봤지만 결과는...

두 마리 중 누굴 할 까 하다가 언니인 루비부터 깎았는데 사진만 보면 언뜻 그럴싸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용기로 깎다 깎다 잘 안깎여서 가위로 대충 대충 손 본 게 저렇게.. ㅠ.ㅠ

궁둥이 쪽도 심합니다. 깎은 것도 아니고 안 깎은 것도 아녀~~~ ㅡ.ㅡ

그나마 아쉬운데로 꼬리는 그럭저럭 모양새가 나옵니다.

캣타워 아래층에 앉아 있던 토토(동생)가 도도한 자세로 루비(언니)를 쳐다 봅니다. 언니도 얼마 전까진 이런 모양새였지요. 목의 갈기털이 수북하고 꼬리도 두툼한 모양새가 나름 자세가 나왔는데...

"야 이 년아. 언니 놀려 먹으니깐 좋냐!!!" 깨물면서 싸우네요. ㅋㅋ 정말 심란한 모양새의 루비.

날 왜 이렇게 만들어 놓은거예요... ㅠ.ㅠ 아무래도 너무 안깎이는 것이 미용기 자체에 의구심이 드는 것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렇게 망쳐 버린 루비의 모습을 보니 다른 미용기를 사서 깎아봐야 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 날 밤 바로 가격비교사이트에 들어가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을 주문했습니다. (쿠폰과 포인트 써서 4만 5천원 정도에 구매)

이틀 후 새 미용기가 도착했습니다. 모양새도 제법 미용기처럼 생겼고 제품에 인쇄되어 있는 Pro라는 문구가 왠지 믿음이 가네요. ㅎㅎ 하지만 문제는 성능이겠죠? 스위치를 넣어 보니 소음도 빌려 왔던 것보다 조용하면서도 저음이 나네요. 루비를 끌고와 한 번 쓰윽~ 밀어 보니 와우~~~!!!!!!!!! 털이 쓱쓱 밀리면서 매끄럽게 깎입니다. 역시 기계가 문제였던 듯... 이 것도 잘 안 깎이면 사람 머리나 손질할 때 쓸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군요. ㅋㅋ 깎는 중간에는 털이 많이 날려서 카메라로 촬영을 못했네요.

미용이 끝난 후 모습입니다. 계속되는 미용질에 루비가 지쳤는지 앙탈을 부리길래 다리 쪽은 충분히 마무리를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고르게 깎여서 훨씬 이뻐졌네요. ^^

목욕까지 시켜 놨더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밥 먹으러 갑니다. 룰루랄라~~ 사진을 보니 마무리가 안된 다리쪽과 배쪽의 털이 고르질 않군요. 배쪽은 살이 너무 연하기도 하고 암컷이라 젖꼭지도 있어서 조심스러워서 깎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랫배는 털이 아니라 배가 쳐져서 저 모양. ㅋㅋㅋ

아이고 맛나라~~ 털 깎고 나서 칭찬하는 의미로 참치캔도 줬는데 먹성 좋은 루비는 그 걸로 부족한 듯.. ㅎㅎ

주인님도 고생, 저도 고생했슴다. 수고하셨어요~

하지만 정말 3일동안 힘들었어요. ㅠ.ㅠ 미안하다 루비야. 연장만 좋았어도 하루에 끝냈을 텐데.. ㅠ.ㅠ 그나마 저희 집 고양이들이 워낙 순둥이라 잘 참고 깎았습니다만 성질 고약한 고양이들은 정말 힘들 듯 합니다. 미용실에선 마취하고 한다는데 그게 이해가 되더군요. 첫 째날, 둘 째날은 잘 참더니 셋 째날은 발톱을 세우더라는.. ㅋㅋ

미용기는 청소하고 기름칠 해서 보관해 뒀습니다. 두 번째 희생자인 토토를 기다리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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