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 IT

My PC Story (8)

드라이빙필 2008. 7. 1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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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HTPC에 대해 쓰고자 한다.

HTPC의 조립은 36인치 HDTV를 구입하고 나서 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거실에 있는 TV에 PC를 TV-Out으로 연결하기엔 불편함도 있고 영화볼 때는 PC를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HTPC를 하나 더 꾸며야 했다. 아날로그 TV를 쓰던 때는 무선 AV송수신기를 사는 등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봤으나 실사용시에 불편함이 많아서 거의 쓰질 않았다. 시간은 흘러 HD 소스들을 공유하는 웹하드들이 생기고 여기에 다양한 소스들이 올라 오면서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HTPC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조립에 사용한 CPU는 셀러론 2.4, 메인보드는 SiS 651 칩셋의 ASUS P4S533-MX였다. HTPC에서는 CPU가 고성능일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저렴한 셀러론을 선택했고 메인보드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춘 것을 찾다 보니 그러한 조건에 부합되는 거의 유일한 보드였기 때문이다. 그 조건들에는 Micro-ATX 타입, SDR/DDR 동시 지원, 온보드된 SPDIF 단자가 포함되었다. 특히 SPDIF가 온보드 된 단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CPU와 메인보드는 거의 4년여 사용했는데 처음에는 SDR 메모리를 사용했다가 나중에 자연스럽게 DDR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이 메인보드를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이 되었으니 구매할 때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SPDIF 단자는 별도의 사운드 카드를 이용해 장착도 가능하긴 하지만 Micro-ATX 케이스의 좁은 공간에 가급적 옵션 부품들을 추가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고 조립비용을 낮추기 위함이기도 했다.

여기에 HD소스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비디오 가속 기능이 필요했으므로 SiS 651의 온보드 비디오는 한계가 있기도 하거니와 밑에서 얘기할 트랜스코더가 온보드 비디오 칩은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비디오 카드와 트랜스코더는 장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HDTV에 PC의 화면을 띄우기 위해서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조립했을 때가 2003년이었는데 그 때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 트랜스코더를 쓰는 것이었다. 비디오 카드들이 컴포넌트 아웃을 지원하지 않거나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PC화면을 CRT 화면에 뿌리려면 오버스캔되어 화면의 가장자리가 가려져서 불편했다. 물론 파워스트립 같은 유틸리티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곤 했으나 사용상 편리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VickTrans라는 트랜스코더였다.

D-Sub을 통해 RGB 신호를 받아 컴포넌트 신호로 바꿔주는 장치인데 파워스트립과 연동하여 간편하게 해상도도 조절해 주고 오버스캔과 언더스캔 모드를 지원했는데 이게 핫키로 한 번에 조절되었기 때문에 꽤 편리했다. 다만 비디오 드라이버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재설치 과정을 해 줘야 해서 조금 귀찮기도 했었다. VickTrans와 함께 사용했던 비디오 카드들은 모두 ATI 계열이었는지라 드라이버의 안정성 문제나 기능상 문제로 업그레이드를 자주 해 줬어야 했기 대문에 더더욱 그랬다.

처음 사용했던 비디오 카드는 Radeon 9200SE였다. 어차피 3D 가속기능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저가의 제품을 선택했던 것인데 장착하고 사용해 본 결과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1080 해상도 쪽은 아예 깨지는 화면이 나오고 720 해상도 쪽은 화면이 좌우로 물결치는 심각한 문제였다. 그렇다고 HDTV에다 저해상도로 놓고 쓴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기에 난감했다. 테스트 삼아 메인 PC에 사용중이던 Radeon 9000Pro를 가져다 달았더니 그건 괜찮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HD소스를 플레이하면 영상의 짝수라인과 홀수라인이 미세하게 떨리는 현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9200SE로는 아예 시청자체가 불가한 상황이었는지라 할 수 없이 메인 PC의 비디오 카드를 955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HTPC에는 9000Pro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9200SE는 잠깐동안 회사 PC에 사용하다가 방출되어 책상 서랍에서 잠자다가 PC에 문제가 생길 때 비상용으로 사용하는 카드로 전락했다.

나중에 메인 PC를 GeForce 6600GT로 바꾸면서 9550을 HTPC에 꼽았는데 그 전까지 있던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좋기는 했으나 진작 이렇게 문제없이 시청할 수 있었던 것을 그 동안 참고 봤다는 것에 너무 안타까웠다. 그 동안 받은 스트레스는 어쩌란 말인가! ㅠ.ㅠ 9550을 장착한 이후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HD소스들이 다양해 지면서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의 HD영상들은 대부분 MPEG2나 DivX 계열로 인코딩되어 있었는데 WMV로 인코딩된 것들은 셀러론 2.4로는 역부족이었다. 나중에는 3.0으로 오버까지 시도해 봤으나 영상이 끊기는 것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WMV 영상들은 아쉽지만 포기했었고 이후에 나오기 시작한 H.264에 와서는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많은 수의 영상들이 H.264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4년여를 사용하던 CPU와 메인보드에 대해 업그레이드를 단행하게 된다.

CPU는 어느 선까지 업그레이드해야 되는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한 번 잘 선택하면 오랫동안 쓰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었다. 메인PC가 5200+급으로 오버되어 있는데 비디오 가속 없이 CPU만으로 동영상을 플레이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 낮아도 될 듯 했고 저전력과 저소음을 추구하려면 EE 모델들이 적당한 듯 보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Athlon64 X2 4600+ EE. 그리고 온보드 비디오이면서도 HDMI와 DVI를 모두 지원하는 690G 칩셋을 사용한 메인보드인 ASUS M2A-VM HDMI를 골랐다.

비교적 신형 메인보드였던 관계로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말썽이 시작되었다. 올 초에 구매한 47인치 LCD TV와 궁합이 좋지 않아서 HDMI 사용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디오 드라이버와 BIOS 업데이트 후 간간히 발생하는 다운 증상과 종료시 프로그램 오류 발생(이는 ATI 드라이버에서 부팅시 실행하는 CCC를 막아서 해결) 등 자잘한 문제들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에 와서는 대부분 해결 방법을 찾아서 별 탈이 없는 듯 보인다. 솔직히 한동안은 메인보드를 바꾸거나 비디오 카드를 추가할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했으니 말 다 했다. 앞으론 무탈했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HD소스들을 플레이해 보면서 한계점을 찾아 보곤 했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690G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 비디오 가속을 하면 심하게 끊긴다는 것이었다. (이런 가속 기능이 뭐하러 있나 싶다.) 이 때문에 비디오 가속은 완전히 포기하고 사용하는 코덱들의 가속 기능을 모두 껐다.

CPU만으로 돌려 보니 대부분의 영상들은 별 문제가 안되는데 Blu-ray나 HD-DVD 원본을 PowerDVD로 플레이하면 미약하나마 조금씩 끊기고 CPU 점유율은 100%에서 내려오질 않았다. 비록 한계를 빨리 보게 되어 아쉬웠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REMUX 자료들의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긴 하는데 내심 5200+ 정도로 샀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향후에 어떤 문제점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HD영상을 즐기는 한은 크게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이 느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항상 하드 디스크의 부족에 대해서 느끼고 있는지라 현재 250GB인 HTPC의 하드 용량을 올리는 것 정도는 고려하고 있다. 버틸 때까지 버텨 보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그 때 가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8편에 걸처 지금까지 사용해 온 PC들에 대해 얘기해 봤다. 처음 시작할 때의 느낌대로 끝까지 글의 흐름을 이어가진 못한 듯 한데 어쨌거나 과거사를 정리해 보니 의외로 재미난 일들도 많았었고 지금 쓰는 PC와 옛날에 쓰던 PC들과의 격차가 새삼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PC는 내 생활의 일부분 그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PC세상에 많은 기대가 된다.

인터넷으로 인해 생겨난 엄청난 변화 속에 PC는 또 어떤 변화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가? 다른 건 감이 안 오는데 모바일이라는 단어는 떠오른다. 들고 다니면서 PC를 하는 시대... 노트북은 너무 크고 UMPC의 사용 시간이 5시간 정도 되고 성능은 2~3배 정도 올라 가고 가격은 50만원 정도라면 하나 구매할 것 같다. 이걸 들고 다닌다니 상상만 해도 즐겁다. ^^

<끝>

[200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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