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한지 8년이 넘은 공유기가 몇 달 전부터 이상 증상이 슬슬 나타나더니 급기야 몇 일 전부터는 인터넷이 자주 끊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용중이던 공유기는 D-Link DIR-655란 모델인데요.
구입 당시에는 꽤나 성능이 좋은 모델로 꼽혔던 놈입니다. NAT 성능도 250Mbps 근방이라서 100Mbps 광랜 사용시 전혀 문제가 없었던 모델입니다. 기가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시작한 요즘 시대에는 구닥다리 공유기일 뿐이지만 고장 나기 전까지 별 불만 없이 잘 써왔는데 세월 앞에는 장사 없는지 결국 고장이 나고 말았네요.
저는 공유기를 아파트 단자함에 넣어서 사용하는데 혹시 발열 때문에 문제가 있나 싶어 케이스를 벗겨놓아 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설정들도 만져봤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전원 문제인가 싶어 어댑터도 바꿔봤지만 증상은 마찬가지였고 무선랜을 끄면 잘 동작하는 걸로 보아 무선랜 파트가 문제가 생긴 듯 하더군요. 계속 켜두면 주기적으로 공유기가 리부팅되다 보니 인터넷이 끊겼다 붙었다 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시험삼아 무선랜은 끈 상태에서 휴대용 무선공유기(위 사진 오른쪽 하단 하늘색 기기)를 붙여서 AP모드(공유기 모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무선 AP 모드)로 동작시키면 되겠다 싶어서 연결했더니 마찬가지로 리부팅이 반복되더군요. 여기서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되더군요.
유선랜만 동작중인 공유기 상태에서는 정상인데 유선랜에 무선 AP를 붙였더니 리부팅?? 공유기 입장에선 유선랜 기기가 하나 더 붙었을 뿐인데 말이죠. 한참을 갸우뚱 거리다가 혹시나 싶어 휴대용 공유기의 설정을 '공유기 모드' 변경하여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리부팅 증상이 사라지더군요. 일단 안정적으로 사용은 가능하니깐 임시로 사용은 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모른 채 새 공유기를 주문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여 고른 TP-Link의 Archer C7 모델입니다. 너무 저렴한 모델들은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고 고가의 고급 모델들은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절충안으로 선택했습니다. 가격이나 성능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DD-WRT나 OpenWRT 같은 오픈소스 펌웨어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겐 가장 구미가 당기더군요.
그런데 구매 전에 사진상으로만 보던 것과 달리 크기가 크더군요. 비교를 위해 앞쪽에 놓아둔 DIR-655의 덩치가 비교적 아담하긴 합니다만 상대적으로 부담이 컸습니다.
단자함에 넣는 것조차 힘든 지경입니다. ㅠ.ㅠ 그나마 본체의 폭이 거의 깔맞춤 수준이라 들어가기라도 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안테나는 어쩔!!! ... 하지만 저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것!! 무선랜 안테나 연장 케이블이죠. 실은 예전에 DIR-655의 안테나를 단자함 밖으로 빼면 무선 성능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사 놨던 것인데 효과가 미미해서 그냥 보관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주 적절하게 사용하게 됐네요. ^^b 단자함 커버에 구멍을 뚫고 깔끔하게 마무리.
단자함을 닫으면 안테나만 보이니 깔끔합니다. 안테나가 흰색이었으면 더 좋았겠습니다만 그렇게 하려면 공유기 모델 자체를 바꿔야 되니 별 수 없죠. ^^ 그리고 전원선이 밑으로 보이는데 저건 좀 고민중입니다. 예전에는 랜케이블을 통해 건너편 벽에서 전원을 넣어 줬었는데 전압이 출렁이는 문제를 겪다 보니 안전하게 직접 연결하고 싶어서 저렇게 했습니다. 최대한 거슬리지 않도록 나중에 배선처리를 해줘야 겠네요.
https://www.dd-wrt.com/site/support/other-downloads
앞에서 이 공유기를 선택한 이유를 언급했듯이 오픈소스 펌웨어 탑재가 가능합니다. OpenWRT와 DD-WRT 모두 사용이 가능한데 업데이트가 자주 릴리즈되는 DD-WRT를 선택했습니다. 오픈소스 펌웨어의 장점은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고 순정 펌웨어로는 불가능한 멋진 기능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인 SSH, Telnet 서버입니다. 리눅스 기반이다 보니 관련 지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여기다 간단한 서비스 데몬을 하나 올려서 사용중입니다. 내장 플래쉬에서 JFFS2로 생성 가능한 드라이브 영역은 2 MB 정도인데 이 정도면 간단한 유틸리티 몇 개는 넣을 수 있겠더군요. 큰 저장공간이 필요하다면 USB 메모리를 통해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합니다.
Privoxy를 통한 광고차단 기능은 유용해 보이긴 하던데 uBlock 같은 플러그인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 써보면서 전체적으로 만족감을 느꼈는데 무선랜 감도가 DIR-655에 비해 별 차이 없는 것은 살짝 아쉽더군요. 물론 11ac를 통해 나오는 전송속도는 비교 불가입니다. 실 전송속도가 100Mbps 인터넷의 대역폭을 훌쩍 넘어버리는지라 기가인터넷을 신청해야 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DD-WRT의 웹 GUI를 통한 다양한 설정과 기능에 대해서는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만 무선랜 쪽에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서 언급합니다. 더 조사해 봐야 확실해 지겠지만 일단 증상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Wireless Channel 문제입니다. 위 화면처럼 5 GHz 대역을 Auto로 놔두면 적절한 채널을 골라주는데 채널 설정에 문제가 있는지 연결이 안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SSID 검색에서는 보이는데 막상 연결하려고 하면 바로 끊어져 버리더군요. 그래서 저는 비어있는 채널을 수동으로 설정해서 사용중입니다. 그 후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Wireless SSID Broadcast 설정인데 Hidden 모드로 사용하기 위해 Disable을 선택하면 아예 접속이 불가능해 집니다. 무선랜이 아예 꺼지는 것인지 단말기에서 찾지를 못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Enable 상태로 사용중입니다. 남들에게 SSID가 보여지는 것이 싫어서 공유기 설정에서 꼭 끄는 기능인데 아쉽더군요.
세 번째는 TX Power 설정입니다. DD-WRT를 깔고 난 후 기본값은 2.4 GHz가 30 dBm, 5 GHz가 16 dBm이더군요. DD-WRT Wiki 문서를 보면 공유기에 따라 기본값이 16~30이라고 합니다. 16 dBm으로 설정된 5 GHz 무선 감도가 낮게 측정이 되길래 30 dBm으로 바꿔 봤지만 별 차이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그냥 16 dBm으로 사용중입니다. 32평 아파트인 저희 집에서는 감도가 떨어지긴 해도 모든 방 구석까지 사용은 가능해서 말이죠.
추가로 DD-WRT에 버그가 있는데 LED가 일부 비정상적으로 동작합니다. WPS나 USB LED가 대표적이고 무선랜 동작 LED도 뭔가 타이밍이 좀 어긋나는 느낌? 아무튼 베타버전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ㅋㅋ 게다가 저는 단자함에 넣어두고 사용하니 별 상관은 없고요.
어느 정도 공유기에 대한 지식이 있고 가격대성능비가 높은 공유기를 찾는 분들이라면 고려해볼만한 좋은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순정 펌웨어의 기능은 대충 살펴만 봐서 뭐라 판단하긴 어렵지만 기능적으로 별 부족함은 보이지 않더군요. 다만 저는 처음부터 DD-WRT를 사용할 생각으로 구매한 것이라 좋다 나쁘다 판단은 못하겠습니다. ^^
공유기를 바꾼 것은 정말 오랜만인지라 새 기기를 다루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특히나 펌웨어 설정은 오픈소스 덕에 그 즐거움이 배가되었습니다. 한 편으론 세세한 기능들을 살펴보느라 주말의 황금같은 시간들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즐거움엔 댓가가 따르는 것인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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