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 IT

My PC Story (4)

드라이빙필 2008. 7. 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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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후 취직을 하고 나서 하숙을 시작하였다.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으니
월세 보증금을 낼 돈이 없어 회사에서 비교적 근거리에 있던 대학교 주변에서 전봇대를 뒤지며
하숙집을 찾던 그 때가 생각난다. 40만원짜리 허름한 하숙방에서 만났던 몇 분들 때문에 한 때
정말 컴퓨터(정확히는 게임 ^^)를 열심히 했었다. 특히 디센트1, 2는 잊지 못할 게임이다.



네트워크 게임을 제대로 즐겨 본 최초이자 마지막 게임이기도 하다. 이미 대학원 시절부터 혼자
즐기던 게임이었는데 하숙집에서 알게 된 두 분과 친해져서는 랜카드를 모두 구매하고 케이블은
회사에 남는 것을 가져 와서 하숙집 벽을 타고 세 대의 컴퓨터를 연결했었다. 조이스틱도 갖고
있는 것이 상당히 허접한 것이었는데 본격적인 배틀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사이드와인더를 샀다.
이 조이스틱이 산지 일주일만에 목부분이 쳐지는 고장이 발생하여 용산까지 가서 바꿔오기도 했다.
그 이후로 친구 녀석에게 줄 때까지 제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여하튼 퇴근하고 하숙집에서 저녁밥을 먹고 나면 으례 한 판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
나 혼자할 때는 테크닉도 부족했고 게임의 기능도 다 알지 못했었는데 다른 분들을 통해 많이
배우기도 했다. 배틀용 맵도 따로 다운로드 받아서 했었다. 그 때 가장 많이 했더 맵이 아마
스타디움2였을 것이다. 다들 실력들이 늘어가니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구석구석을
뒤지며 돌아 다니던 그 긴장감이 너무나 좋았다.

디센트는 도스용 게임이었지만 3D 가속을 지원하기도 했었는데 애드온 형식이며 최초의 3D 가속기인
3Dfx Voodoo를 회사에서 빌릴 기회가 있어서 장착해 보았는데 부드러운 화면과 높은 프레임률에
감동을 받았었다. 결국은 나중에 Canopus Pure3D라는 제품을 사고 말았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용산 가서 사 가지고 왔었다. ㅋㅋ




Canopus 제품은 Voodoo 제품중에는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던 것이었는데 그 이후로도
자체 보드 설계기술을 동원해 화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했던 일본 회사이다.
99년쯤에 nVidia의 Riva TNT를 이용한 그래픽 카드(Spectra 2500)를 공동구매하기도 했었다.
테크노아라는 사이트가 생기면서 기념으로 진행한 행사였는데 당시 폭발적인 관심 때문에
서버가 먹통이 되기도 했었다. 신청 당시에는 순위권에서 밀려났으나  공동구매 소프트웨어상의
문제로 이중 삼중 신청한 사람이 생겨서 이들을 걸러 내다 보니 겨우 살 수 있었던 카드이다.

Canopus의 두 제품 사이에 한 번 거쳐간 비디오 카드가 있었는데 Creative 3D Blaster PCI다.
이 카드는 Rendition社의 verite 칩셋을 사용했었는데 Voodoo처럼 애드온이 아니라 그래픽 칩
자체에서 3D 가속을 지원했었다. 이 카드로 한 게임중에 기억나는 것은 툼 레이더이다.
Voodoo처럼 애드온이 아닌지라 화질도 비교적 좋았고 색감이 내 취향과는 더 맞아서 좋아 했지만
3D 가속에서는 약간 아쉬움도 있었고 결국 공동구매로 구입한 Spectra 2500에 자리를 내 줬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카드들을 사던 시기에 내 마지막 사운드 카드를 샀었다.
바로 사운드 블래스터 AWE64 골드. 오직 음질 때문에 샀던 카드인데 능력 부족한 주인 만나
제대로 음질을 뽑아내진 못했었다. ^^ 이 후에는 메인보드에 사운드 칩이 내장되어 나오기
시작하면서 좋은 사운드 카드를 사려는 생각을 접게 되었다. 어차피 PC에서 음질을 따지면서
듣기에는 스피커부터 못 받쳐 줬었기 때문에 그게 현명하다고 생각했었고 결국 마지막 사운드
카드가 되어 버렸다.

랜카드도 비슷한 길을 겪었고 이와는 약간 다르지만 그래픽 칩도 온보드 되어 가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PC란 것이 참 집적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386 시절만 해도 시리얼 포트,
프린터 포트 같은 저수준의 I/O도 별도의 컨트롤러 카드(Super I/O)를 썼었고 하드 디스크
컨트롤러도 분리되어 있었지만 차차 메인보드에 들어 갔었고 ATX 규격이 만들어 지면서
아예 I/O 커넥터도 메인보드에 붙어 버리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운드와 랜이 통합되고
자연스럽게 온보드 그래픽까지 가세하는 형국이 된 것을 보면 요샌 정말 PC 조립하기가 정말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CPU+RAM+메인보드+HDD+ODD+파워+케이스. 그래도 많나? ^^)

대학원 시절에 구입했던 SCSI 컨트롤러 때문에 하드 디스크도 몇 번 업그레이드했었지만
이 외에도 CD-ROM 드라이브와 MO 드라이브가 기억에 남는다. SCSI CD-ROM 드라이브는
두 개를 써 봤는데 슬롯 방식이 매력적이었던 파이오니어 모델(아래 왼쪽 사진은 비슷하게 생긴
파이오니어 DVD롬)과 최고의 리더로 꼽혔던 플렉스터 UltraPlex 40max였다.

파이오니어 모델은 카오디오처럼 미디어를 슬롯에 삽입하는 방식인데 너무 편리하게 사용했던지라
지금도 그런 제품이 나와주길 바라지만 제조비용이 비싸서인지 극히 일부 모델만 나오고는 지금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이 드라이브는 CD를 고속으로 ripping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아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ripping후 jitter가 가끔 생겨서 짜증을 유발하곤 했다. 나중에는 슬롯 부분의
고장도 원인이긴 했지만 UltraPlex에게 자리를 내준 중요 원인이었다. A/S를 맡겼더니 "고객님.
그냥 새로 사시면 어떨지요? A/S 비용이 더 나오는데.. ㅠ.ㅠ" 결국 나중에 UltraPlex로 구매.

CD 레코더는 IDE 타입을 쓰는지라 리더까지 IDE를 쓰면 CD-to-CD 복사 속도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이 두 모델을 사는 동안에는 계속 SCSI CD-ROM 드라이브를 고집했었다.
UltraPlex를 이용하여 CD-to-CD 복사를 고배속으로 할 때의 상쾌함은 정말 좋았다.
지금은 IDE끼리 복사를 해도 어느 정도는 커버해 주기 때문에 SCSI가 필요 없었지만 그 당시
CD 복사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고 UltraPlex는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시간은 흘러흘러 지금은 파이오니어 16배속 DVD 레코더를 쓰고 있는지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CD라는 미디어가 편리하긴 하지만 외장 하드처럼 편리하게 데이터를 수시로 쓰고 지우기가 불편했고
이를 지원하는 일부 유틸리티들이 있었지만 CD의 특성상 데이터가 깨지는 경우도 많았고 레코딩
프로그램과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도 빈번하여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 때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MO(Magneto-Optical)였다. 이름 그대로 광자기 저장방식의 매체였는데 크기는 1.44" 플로피와
비슷했고 용량은 CD에 근접했으니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MO 제품들로는 후지쓰가 가장 지명도가 있었고 다른 회사들은 OEM인 경우가 많았기에 후지쓰 내장형
제품을 샀었다. 미디어도 10장 정도 사 가지고 유용하게 활용하였었는데 나중에는 외장형에 욕심이
생겨 미쓰비시 제품으로 바꾸었었다. 이것도 실상 후지쓰 OEM이지만 케이스 모양도 이쁘고
색상도 검은 색이라 고급스럽게 느껴져서 구입했었는데 이 때 (486을 함께 샀던) 하숙집 친구도
맘에 들었는지 똑같은 것을 구입했었는데 이 친구가 이 걸 도난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당시에 외장형 미디어 중에 ZIP 드라이브가 인기있던 시절인데 상대적으로 용량도 크고
미디어 안정성도 좋았는지라 자부심을 갖고 한 때 잘 사용했지만 돈 값은 못했던 것 같다. ^^

<계속>

[200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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